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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지인의 안내로 차이나 타운에 가보면서, 싱싱하고 큼직한 오징어를 두 마리나 샀다. 보통 슈퍼에서 파는 오징어는 크기가 작은데다 냉동일 때가 많아서 항상 아쉽기만 했는데, 차이나타운에 갔더니 갓잡은 해산물들을 여기저기서 팔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물 좋은 곳에서 산 오징어를 집에 돌아와서 다듬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손질된 것만 사서 해봤기 때문에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시작했는데도 심난하기 그지 없었지만, 막상 한 30분 후에 내 앞에는 무우에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 시원한 오징어국이 완성되어 있었다. 약간은 심심한 국물을 떠 먹으면서 내게 든 생각은 이런 거였다. 아, 나는 또 한 단계를 넘었구나.
사람이 먹지 않고선 살 수 없는 것처럼, 혼자 사는 삶에서 요리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세탁도 청소도 요즘 같으면 세탁기와 청소기 덕분에 귀찮아서 안할 뿐이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다만, 요리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세탁과 청소는 몰아서 해버릴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은 하루에 최소한 1끼는 먹어주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으니까 말이다. 또 이게 골치가 아픈 것이, 세탁과 청소는 같은 걸 다시 반복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요리는 반복에 한계가 있다는 데에 있다. 어머니들이 매일같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대부분 그날 그날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외식과 인스턴트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먹기 위해서는 요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나는 사실 정말 요리를 하지 않는 아이였다. 정말이지 이곳에 오기 전에는 제대로 요리 쪽으로 엄마를 도운 적이 없었다. 하는 것이라곤 설겆이 정도? 여자에게 요리란 필수, 이런 말을 혐오했던 나에게 있어 <아무 것도 못해요>라는 것은 여자로서 체득해야 할 규범을 거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곳으로 와서 정말 아무 것도 내 입에 제대로 맞는 것이 없다고 느끼고 싱크대 앞에 홀로 덩그러니 섰을 때의 그 절망감이라니. 요리는 <여자라면 갖춰야할> 교양이 아니라, 어른이라면 누구라도 <내 몸을 내가 챙기기 위해서 당연히 요구되는> 능력이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요리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사실 해먹을 수 있는 건 그렇잖아도 이것저것 가리는게 많은 내가 가리지 않는, 극히 한정되고 일상적인 메뉴 뿐이다. 하지만 문득 생각한다. 그래도 그 적은 메뉴라도, 내 손으로 해서 나를, 그리고 어떤 때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큰 능력일까. 그 한 접시에 담긴 노력과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은 또 얼마나 소중한 마음일까. 이것은 요리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실제 내 손으로, 누군가를 위해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리고 적어도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지 않고 내 손이 만든 것으로 내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한 능력인가 하는 것도. 문득 생각해 본다.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들어 도망가고만 싶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내 앞에 놓여진 따끈한 된장찌개. 오랫만에 집에 돌아갔는데 먹을 게 없다고 미안해 하는 엄마에게 그 자리에서 국수를 삶아 놓아드렸을 때 기뻐하시는 얼굴. 그리고 추운 날씨에서 돌아와, 갓 요리한 따끈한 국을 후루룩 마시는 순간.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저 하나 그럭저럭 대접할 수 있는 요리 하나를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그 요리를 보면서 행복해 할 사람들의 얼굴. 그 사소한 일상을 채우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조그만 솜씨-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야말로 어른의 세계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간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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